헌법이란 무엇인가? ─ 헌법의 역사적 변화 인문사회

  법이 존재하기 위한 전제는 무엇일까? 바로 권력일 것이다. 독일의 법학자 예링(R. Jhering)은 “강제성 없는 법은 그 자체가 모순이며 타지 않는 불이요, 빛이 없는 등불과 같다”라는 말로 법의 본질적 속성으로서 강제성을 중시했다. 물론 여기서 권력이라 함은 반드시 억압적 국가권력이나 초법적 독재권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모임에서부터 동아리, 기업, 국가에 이르기까지, 만들어진 규칙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강제할 권력과 기관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고유한 의미의 헌법 개념을 찾아볼 수 있다. 국가가 존속하려면 국가의 행정과 안보를 시행할 국가권력이 존재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이러한 국가권력의 조직과 행사에 관한 원칙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앞서 헌법의 내용적 정의에서 살펴보았듯이 이와 같은 원칙이 바로 국가조직규범, 혹은 국가권력규범으로서 헌법이자 고유한 의미의 헌법이다. 특히 이를 고유한 의미의 헌법이라고 칭하는 것은 국가조직규범으로서의 헌법이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세 국가의 왕위계승 규칙이나, 육조의 역할이나 수령의 임기 등을 명시한 조선의 경국대전 등이 그 예시가 된다.[1]

<그림 1>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실에 전시된 경국대전
출처: "국립 중앙 박물관2", 『Traveler To Earth』,
http://www.ttearth.com/world/asia/korea/seoul/national_museum2.htm 

  중세를 지나고 시민혁명으로 절대군주제가 붕괴하면서 헌법의 양상도 달라진다. 주권이 군주가 아닌 국민에게 있음이 천명되었으며, 절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제한하고 분립하는 헌법이 자리잡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요소를 더욱 더 공고하고 명백히 하기 위해 헌법을 성문화하였으며, 헌법의 훼손을 막기 위해 많은 경우 개정이 어려운 경성헌법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러한 다섯 가지 요소, ① 국민주권주의, ② 기본권보장주의, ③ 권력분립주의, ④ 성문헌법, ⑤ 경성헌법이 근대 입헌주의적 의미의 헌법의 주된 내용이다.
<그림 2> 근대 헌법의 토대가 된 프랑스 인권선언문

  근대 이후 자본주의의 발흥과 그로 인한 부작용은 헌법에 있어서도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 만연한 사회적·경제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등장한 복지주의의 이념을 헌법이 수용하게 된 것이다. 이로서 현대의 복지주의적 의미의 헌법이 등장한다. 국가는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 받았으며, 근대에 비해 생존권적 기본권들이 각별히 강조된다. 시장의 독과점을 막고 외부효과를 규제하는 등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확대되었으며, 근대에 절대시되던 재산권과 소유권에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행사할 의무가 부과된다. 모든 것을 같게 취급하려던 근대의 형식적인 평등 개념은 점차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상대적이고 실질적인 평등 개념으로 변화한다. 단순히 법률에 의한 통치만을 의미하던 법치주의 역시 형식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그 시행과 행사에 있어 헌법에 부합할 것을 요구 받는 실질적 법치주의로 거듭나게 된다. 이를 위해 치안과 국방 등 소극적인 기능만을 가지던 근대 국가에 비해 현대 국가는 국민에게 복지를 위한 시설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생활보장비를 지급하는 등의 적극적인 공급행정을 시행한다. 이와 같은 적극적 국가의 등장은 행정부 권한의 과대화를 낳아 점차 전통적인 3권 분립의 구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헌법의 실질적인 기능을 위하여 헌법재판제도가 확립되어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 역시 현대 헌법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여덟 가지 요소, ① 생존권적 기본권의 강조, ② 사회복지·사회보장에 대한 국가의 의무, ③ 경제에 대한 국가의 규제와 조정, ④ 재산권의 상대적 권리화, ⑤ 평등권의 상대적·실질적 관념화, ⑥ 실질적 법치주의, ⑦ 공급행정과 적극적 국가기능, ⑧ 헌법재판의 확립과 발달이 현대 복지주의적 의미의 헌법의 주된 내용이다.

  헌법의 개념은 역사의 발전과 함께 점점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고유한 의미의 헌법개념은 시대와 장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기능을 하고 있으며, 근대 헌법은 이러한 헌법개념을 온전히 흡수하였다. 현대 헌법 역시 국민주권주의, 기본권보장주의, 권력분립주의와 같은 근대 헌법의 주요 원리를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고 그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특정 권리들이 제한되고 국가가 개입하는 등 파기되거나 수정된 원리가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1. 엄밀하게 말해 경국대전은 통치규범과 국가조직뿐만 아니라 혼인과 같은 생활 규범에서 형벌, 재산의 매매 등 국가 생활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었기에, 그 자체로서 헌법전이라기보단 종합법전으로서 성격을 가진다.


<바깥 고리>
프랑스 인권선언
http://ko.wikipedia.org/wiki/%ED%94%84%EB%9E%91%EC%8A%A4_%EC%9D%B8%EA%B6%8C_%EC%84%A0%EC%96%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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