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법론과 법실증주의 인문사회

진실된 법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모든 존재들에 퍼져 있고 언제나 자기 자신과 일치하며 결코 사멸하지 않는 자연에 부합하는 공정한 이성이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의무를 다하도록 요구하며 우리가 기만적인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금한다.
-키케로, 자연법에 대하여
  왜 법을 지켜야 할까? 이에 대해선 다양한 논의가 있어 왔고, 또 앞으로도 있겠지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 우리는 한 가지 전제를 지나야 할 것이다. 법은 우리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준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법의 옳고 그름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자연법론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연법이란 실정법과 비교되는 의미에서 법이 ‘어떠하여야 하는가’, ‘어떠한 법이 존재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의 법이다. 그래서 성문법이나 관습법 등의 형태로 현재에 통용되지 않는 규범이어도 법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자연법은 이성에 의해 선험적으로 인식되고, 정의의 실현을 그 내용으로 하기에 인위적인 시간과 공간, 예컨대 국가나 시대, 사회를 초월한 보편타당성을 전제한다. 자연법이 실정법의 근원이 된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연법론에 따르면 모든 실정법은 이러한 자연법에 기초해야만 하며, 그렇기에 자연법은 실정법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1> 국제법의 아버지이자 자연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법학자 휘호 그로티우스(Hugo Grotius, 1583-1645)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논의된 자연법론은 시대에 따라 각각 다른 의의와 의미를 지닌다.
Michiel Jansz. van Mierevelt, 1631, <Hugo de Groot>.

  이에 비해 법실증주의는 실정법만이 법이라고 본다. 법적 타당성과 사회적 적합성을 갖고 현실적으로 적용되는 실정법만이 법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고, 지극히 상대적이고 추상적인 자연법은 배제하여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종교가 모든 것에 대해 군림했던 서구 중세 사회에서는 자연법이 ‘신의 이성인 영구법’이라 하여 신법과 동일시되었던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법실증주의를 표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장이다. 그러나 법실증주의는 지나치게 법을 형식적이고 논리적으로만 이해하고, 정의관념의 부재로 인해 독재자에게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의 과오로 현대에 와서는 그 의의가 상당히 퇴색되고 있다.
<그림 2> 집회 중인 히틀러
많은 경우 법실증주의의 실례로서 합법적인 독재와 학살을 단행한 나치의 통치와 법학을 제시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이러한 해석에 대해 부정적인데, 나치가 입법을 통해 법관들을 제어했다기보단 나치 이념에 경도된 법관들이 적극적으로 기존 규범을 나치 이념에 따라 해석하면서 나치 법학이 완성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치 법학은 게르만의 민족적 우월성과 인종적 질서를 보편으로 상정한 자연법론에 가까웠다. 즉, 중세의 신법처럼 자연법의 왜곡된 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한국 헌법은 자연법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다. 즉, 실정법으로 규정된 권리는 물론이요, 실정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권리 역시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법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흡연권이나 애견권과 같은 개념이 나타나고 또 보장될 수 있는 것도 한국 헌법이 자연법적 헌법개념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demo.egloos
@Demaglgy


덧글

  • 零丁洋 2012/10/21 09:06 #

    프랑스법이 독일법 보다 더 법실증주의에 투철했는데도 나치의 법과 같은 자의적인 법으로 흐르지 않은 것으로 보아 확실히 법실증주의에 실어진 의혹은 부당해 보입니다. 그러나 규범으로 법은 안정된 기반을 필요로 하죠. 당장 문제가 없더라도 안정된 법적 근원은 실정법에 대한 의혹을 줄이고 시민이 법을 자연스럽게 수용가능하게 하죠.
  • 23213232 2012/11/10 14:07 # 삭제

    윗 한자님 그게 아니구요. 단순히 나치법= 자연법 -> 고로 자연법이 문제다라는 논리전제 자체가 웃기다는 것을 알아야 하구요. 자연법을 나치로 모는 좃. 병신들을 처단해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자연법은 그것이 본질이 아니며, 설령 나치가 자연법을 표방했다고 해도, 그것은 그릇된 자연법임으로, 자연법자체가 FRENCH 좃.병신 법도 아닌 법을 가지고 설쳐대는 것 자체가 더 웃기군요. 그리고 실증법주의에 실어진 의혹은 정당합니다. 편애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따져봐도 그렇다는 것이고, 실증법은 기득권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하여 남용될 우려가 더 크며, 실증법은 알다시피 항상 변화할 수 있다고 보듯이 -법이- 언제든지 특정 기득권 입맛에 맞게 해결 타령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고, 이것은 전적으로 법의 근본 본질에도 위배되는 것인지는 모르나 봐요. 어쩄든 위의 첫줄 하나로, 님의 의견은 이미 반박되었음으로. 이만
  • ㅗ라기ㅏ살ㄴ기 2016/04/21 15:07 # 삭제

    수권법같은 전형적인 법실증주의에 기반한 법률들이 많음에도 나치이전법률 해석의사법작용 하나로 자연법으로 속단하는건 어폐가 있는듯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