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우월할까? ─ 헌법의 단계구조 인문사회

  독일의 법학자 칼 슈미트(C. Schmitt)는 같은 헌법규범 안에서도 높고 낮음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규범에도 핵심적 요소와 그렇지 않은 요소가 존재하며, 이를 ‘헌법제정규범→헌법핵→헌법개정규범→헌법률’의 단계구조로 표현한다. 즉, 헌법핵은 헌법개정으로는 바꿀 수 없을 만큼 핵심적인 것이며, 이에 비해 헌법률은 헌법개정으로 바꿀 수 있기에 헌법핵이 헌법률보다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림 1> 슈미트가 정리한 헌법의 단계구조론
헌법의 본질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고, 이러한 본질은 개정될 수 없다. 즉, 국민의 기본권을 파괴하는 헌법 개정은 존재할 수 없으며, 설령 이러한 개정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것은 이미 헌법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앞서 헌법의 정의를 통해 헌법의 국가권력규범이 궁극적으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기능을 한다는 것을 보았다. 개중 특히 권력분립주의는 개인에 비해 초월적 능력을 지닌 국가권력을 상호 견제시킴으로써 권력의 남용을 막는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헌법규범 안에서도 우열관계가 성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개인의 기본권과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통해 확인해보자.

  사건은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의 개정에서 시작되었다. 이 법의 개정으로 학교, 의료기관, 공연장, 식당, 만화방 등 거의 모든 시설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거나, 금연구역 설정에 관한 의무가 주어지게 된다. 이에 한 시민이 이것이 행복추구권에 대한 침해라며 위헌소송을 제기한 것이다(헌재 2004. 8. 26, 2003헌마457).

  결론부터 말하자면 헌재는 혐연권의 우위를 인정하였다. 헌재 결정의 요지는 흡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를 핵으로 하지만, 혐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뿐 아니라 생명권까지도 연결되므로 흡연권은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만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즉 개인의 기본권 간에도 위계질서가 존재하며, 위계질서가 있는 기본권끼리 충돌할 경우 하위의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상위기본권우선의 원칙’이다.

  이의 판례는 아니지만, 관련하여 꼭 알아두어야 할 판례가 있다. 유신의 잔재, 헌법 제29조에 대한 헌법소원이 바로 그것이다(헌재 1995. 12. 28, 95헌바3). 이 법은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등이 훈련 중 발생한 손해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는 국가 등에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규정한 것으로, 월남전 당시 쏟아져 나오던 희생자들에게 박정희 정부가 보상을 해주지 않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었다. 이 법률은 당연하게도 위헌 판정을 받는데, 정권은 위헌 심판을 피하고자 유신 선포 이후 아예 해당 조항을 헌법으로 만들어버린다. 이후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청구인들은 이 조항이 더 상위의 규정인 헌법 제10조(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국민의 불가침적 인권에 대한 규정), 제11조(평등의 원칙에 대한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헌재는 헌법규범은 헌법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청구를 각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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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흑범 2015/04/26 21:35 #

    흡연을 한다고 모두 폐가 이상해져서 죽는 것은 아닙니다. 직접흡연이든 간접흡연이든... 하지만 모든 흡연의 결과 = 100% 사망이라는 식의 공포, 괴담이 만연하네요???

    진지하게, 꾸준히 연구하지 않은 그저 광우병 수준의 공포가 법이 된 이런 나라가 과연 민주주의 국가 자격은 될까?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요, 공화국은 더더욱 아니다.
  • ㅋㅋㅋ 2015/04/27 07:06 # 삭제

    모두가 사망은 아니지만 100% 기능이 전보다 안좋아지잖아 물타기하려면 의학적 근거를 가져와라 공장 노동자 백범아
  • 레이오트 2015/04/27 09:53 #

    그러나 천식 등 일부 호흡기관련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있어 담배연기는 나름 생존과 관련된 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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