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배트맨: 아캄 시티" 플레이 후기 게임

<그림 1> 작중 원더 타워에서 본 고담시의 전경
실제 플레이 가능한 지역은 아니지만, 이 광경이 너무 인상 깊어서 다음 시리즈도 꼭 플레이하리라 마음먹었다.

지난 여름 스팀 세일 기간에 벼르고 있던 아컴버스 배트맨 시리즈를 한꺼번에 구입했었다. 배트맨 만화와 영화의 팬이기도 했고, 주변에서 극찬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행하는 온라인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걸 빼면 게이머로서 나의 플레이는 <삼국지 11>이 거의 마지막이었던 터라 사놓고도 한참을 플레이하지 않았었다. 게임에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지는 않았다. 일단 시작하면 아래처럼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 탓도 있었고...

<그림 2> 100% 클리어를 달성한 모습
지금은 도전 과제 100% 달성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오히려 왜 이 게임을 좀 더 일찍 플레이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였다. 사람들이 많이 할 때 같이 했다면 감상과 공략을 공유하며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엔딩을 본 후 바로 2회차 플레이에 돌입했고, 그 기세로 100% 클리어까지 진행했다. 게임이 너무 훌륭했기에 딱히 힘들거나 지겹지는 않았다. 굳이 힘들었던 부분을 꼽는다면 고급 증강 현실 훈련. 활공 상태로 긴 터널을 통과하는 훈련이 도저히 클리어가 안 돼서 하루 한 시간씩 일주일을 시도한 끝에 겨우 해낼 수 있었다. 더불어 많은 이들이 경악한 리들러 트로피 찾기는 여유가 생기면 한 번 더 해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그림 3> 리들러 인질 구출 미션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듯, 이 게임의 진정한 최종 보스는 리들러였다.

스토리 자체는 그냥저냥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지만, 악당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뽑아낸 터라 몰입감만큼은 상당했다. 충실한 세계관 구현과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스터 에그 덕분에 뭔가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더라도 아캄시를 단순히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오랜 기간 축적된 원작의 힘일 테다. 덕분에 수수께끼와 같은 수집 요소가 단순한 노가다를 넘어 색다른 재미로 작용할 수 있었고. 바닥에 그냥 깔린 신문에마저 DC 세계관 관련 내용이 쓰여 있는 걸 보니 그 세심함에 왠지 모를 존경심과 감동이 몰려오더라.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역시 많은 이들이 극찬하는 연출이다. 게임을 하면서 감탄했던 적은 많았다. 하지만 그 대부분이 전체적인 서사나 미려한 CG처럼 특별한 어느 순간에 대한 감동이었다면, <배트맨: 아캄 시티>에서의 감탄은 내가 제어하고 있는 일련의 상황에 대한 감탄이랄까. 즉 어느 외부에서 제시되는 신에 대한 감동이 아닌, 내가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분명한 시퀀스에 대한 감동인 것이다. 가장 감탄했던 장면은 라스 알 굴 전의 암전 연출이었다. 이 부분에선 화면을 보고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다 게임 오버가 떴을 정도.

<영상 1> 작중 라스 알 굴 전
급하신 분들은 4:30부터...

애초에 내가 즐겼던 (과거의) 게임들에는 별도로 '연출'이라고 할 만한 요소들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매드 맥스>를 보고 나서 영화에 문학적 요소와는 완전히 구별되는 독자적인 요소가 있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는데, <배트맨: 아캄 시티>를 통해선 게임에는 또 영화적 요소와는 구별되는 정체성이 있다는 걸 배웠다. 그간 게임 연출을 칭찬한답시고 각종 영화 수사들을 동원하곤 했지만, 앞으론 함부로 그러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장점 탓에 한층 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바로 최종 보스전의 빈약함이다. 초반의 솔로몬 그런디 전은 훌륭한 연출과 함께 액션의 손맛이 있었고, 업급한 라스 알 굴 전은 출중한 연출만으로도 최고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조작적인 측면에서 가장 재밌었던 보스전은 새 게임 플러스 모드의 미스터 프리즈 전이었다. 게임 내에 존재하는 잠입 액션과 퍼즐 어드벤처의 요소를 최대한 이용해야 하는 전투로, 색다르면서도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상당히 높여주는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 이런 훌륭한 보스전을 연달아 접할 수 있었던 탓에 최종 보스전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정작 최종 보스전은 스토리·액션·연출의 모든 측면에서 평범의 극단을 달렸다.

단 하나의 아쉬운 점이 몹시 크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내가 이 게임을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되리라곤 생각지 않았었다. 그래서 일부러 첫 작품은 건너뛰고 가장 평가가 좋았던 <아캄 시티>를 플레이했던 건데, 결과적으로 지금 나는 첫 작품인 <아캄 어사일럼>을 플레이하고 있다. 아마 머지않은 시일 내에 <아캄 오리진>과 <아캄 나이트>도 클리어하게 될 듯하다. 여전히 나는 게이머로서의 경험이 많지 않은지라 이 작품을 게임으로서 평가하고 추천하기엔 자신이 없지만, 동시에 게임을 많이 하지 않던 나로서도 이 작품은 분명히 쉽고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무엇보다 배트맨 시리즈의 팬이라면 꼭 한번 해보기를 추천한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림 4> 다운로드 콘텐츠인 <할리퀸의 복수>의 한 장면
이런 소소하고도 세심한 연출이 정말 인상적인 게임이었다. 동시에 이런 장면은 웬만하면 수집 요소인 '수수께끼'의 요소이기에 찾아내는 재미와 성취감도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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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ag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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