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에이지 "배트맨" 시리즈(1989~1997) 정주행 후기 영화와 드라마

<배트맨: 아캄 시티>를 클리어한 기념으로 모던 에이지 <배트맨> 시리즈(1989~1997)를 일주일 동안 정주행했다.


<배트맨>(1989)

조커의 설정을 심각하게 비튼 것 때문에 여전히 거부감이 있지만, 역시 명작은 명작이었다. 네가 나를 만들고 내가 너를 만든 구조는 배트맨의 양면성이라는 주제와 조화를 이루면서 감탄을 자아낸다. 완전히 다른 설정에 다른 목적의 조커 캐릭터를 서로 비교하는 게 딱히 의미가 있겠냐 싶다만, 굳이 영화에 등장하는 조커 중 하나를 꼽아보라면 역시 <배트맨>의 조커다. 개인적으론 『킬링 조크』를 충실히 반영한 실사 조커를 보고 싶단 소망이 있다.
<그림 1> 잭 니콜슨이 연기한 조커
"설마 안경 쓴 사람을 때리진 않겠지?"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배트맨 2>

배트맨뿐만 아니라 히어로 영화 사상 최고의 명작 중 하나로 손색이 없다 말하고 싶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펭귄과 캣의 설정을 심각하게 비틀었지만 이렇게 잘 만들 거면 그 정도 설정 비트는 거야 오히려 환영이다. 사실 이걸 히어로 영화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솔직히 정신병 영화 아니냐. 이거 보고 나서 그다음으로 <배트맨 3>가 아니라 <셔터 아일랜드>가 보고 싶어져서 그거부터 봤다.) 대충 사이코 히어로 영화라고 합시다... 여하튼 양면성이라는 테마가 박쥐, 고양이, 펭귄을 넘나들면서 연출되는데, 매번 다시 볼 때마다 안 보이던 은유가 보여서 놀라곤 한다. 내년에 또 보면 뭐가 새롭게 보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림 2> 대니 드비토의 펭귄
처음 봤을 땐 시각적 충격만큼이나 얽힌 스토리도 충격이었다.


<배트맨 3: 포에버>

2편에서 양면성이라는 주제로 크게 재미를 봐서인지 그걸 전면에 내세운 것까진 나쁘지 않았는데, 그거 말곤 뭘 해야 할지 전혀 몰랐던 작품. 특히나 해당 주제에서 강력하게 써먹을 수 있는 투 페이스라는 훌륭한 악당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그냥 동전 던지는 짝퉁 조커에 리들러 빵셔틀이었음. 그렇다고 리들러 캐릭터가 성공한 것도 아니다. 예전에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짐 캐리의 리들러가 꽤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이건 그냥 짐 캐리지 리들러가 아니었다. 특히 투 페이스의 캐릭터가 리들러에게 완전히 잡아먹혀서 망했다.
<그림 3> 배트윙에서 고든에게 따봉을 날리는 배트맨의 모습
도대체 이런 컷은 왜 넣은 걸까...


<배트맨 4: 배트맨과 로빈>

시리즈 영화들이 뭐 꼭 전작과 동일성을 가질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으로 몇 번을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면서 봐도 이건 너무하다. 1편의 고뇌하는 다크 히어로, 2편의 사이코 히어로, 3편의 그냥 히어로가 4편에선 개그 히어로가 되셨다. 로빈과의 만담이나 슈퍼맨으로 드립칠 땐 솔직히 저도 웃었다는 걸 인정합니다만... 배트 크레딧을 볼 땐 이건 뭐 드립의 문제가 아니라 그간 시리즈가 구축해놓은 세계관과 캐릭터를 망쳤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출이 심각하게 별로다. 서사가 망해서 캐릭터의 동기와 역할이 삐걱거리는데, 여기에 연출까지 망하니 괴작이 되어버렸다. 화룡점정이었던 게 배트걸 등장 장면. 근데 참 이상하게 재미는 있었다. ㅋㅋㅋ 원래 괴작 오락 영화들이 재미는 있는 거 아이겠음까?
<그림 4> <배트맨> 영화사에 영원히 기억될 배트 크레딧 카드 장면

조만간 벤 애플렉이 전권을 가진 <배트맨>의 새로운 리부트가 제작된다고 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나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떠올려 보면 걱정부터 되는 게 사실이지만, 벤 애플렉의 배트맨 캐릭터만큼은 괜찮았던 걸 생각하면 역시 기대가 안 될 수가없다. (물론 비슷한 심정으로 기대했었던 <맨 오브 스틸>은 굳이 혹평을 써야 할 만큼 별로였다.) 무엇보다 그간의 재해석된 배트맨이 아닌 원작 코믹스에 가까운 배트맨을 보여준다고 하니, 모쪼록 괜찮은 작품으로 완성되길 바란다.
<그림 5>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중에서.
<저스티스 리그>는 이미 다들 기대를 접은 듯하니(...) 새 <배트맨>이라도 잘 살려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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