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늦은 「슬리핑 독스: Definitive Edition」 후기 게임

개발: United Front Games
장르: 액션
출시: 2012년 8월(최초), 2014년 10월(DE)
가격: 정가 32,000원, 잦은 75% 할인
난이도: 적당함
플레이 시간(클리어): ~20시간
플레이 시간(100%): 40시간~
태그: 오픈 월드, 무술, 범죄, 싱글 플레이어, 3인칭, 어드벤쳐, 성인


1. 여전히 할 만한 게임

구입한 지는 꽤 됐지만 매번 이런저런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버렸다. 최근 <문명 6>를 중간 마무리하고서 가벼운 액션 게임을 찾다가 눈에 띄었는데 결과적으로 참 잘한 선택이었다.

<GTA 5>보다 1년 앞서 출시되었고 이제 7년 차를 맞는 게임이지만 옛날 게임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의 게임들, 특히 속편들이 쓰지도 않을 시스템을 자꾸 덕지덕지 붙이는 것에 비하면 단출하게 즐길 거리만 정리된 <슬리핑 독스>의 시스템이 훨씬 마음에 든다. 물론 이건 100%를 지향하는 내 플레이 스타일의 영향도 클 듯하다.

다만 최적화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많은데, 확연히 눈에 띌 정도로 테어링이 생긴다거나 수직동기화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윈도우 7에서 10으로 넘어가던 시대에 나온 게임이라, 이 부분에서 부족한 작업이 있었다고 한다. 스팀 내 FPS 표시 기능을 활성하는 것만으로 기본적인 테어링과 수직동기화 문제는 잡을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전체적인 그래픽은 여전히 훌륭하지만 사양을 상당히 잡아먹는다. 나는 GTX 960을 사용하는데, 1년 뒤에 출시된 <GTA 5>에서 만족할 만한 옵션을 끌어낼 수 있었음에도 <슬리핑 독스>에서는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했다.


2. 홍콩판 <GTA>?

대부분의 스팀 평가에서 <GTA> 시리즈가 언급된다. 장르로 보나 실제 플레이 스타일로 보나 비교되는 게 당연하다. 다만 전반적인 게임의 분위기나 시스템은 <GTA>보다는 <용과 같이> 시리즈에 훨씬 가까운데, 스토리 부분만 보자면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시각적인 부분에서 <GTA> 시리즈와 비슷한데, 일본 3D 게임 특유의 동글동글한 조형이 없고 텍스쳐와 빛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부분 때문일 테다. 그래서 많이들 <GTA>와 비슷하다고 떠올리는 듯하다. 물론 <용과 같이>의 인지도가 부족한 탓도 있겠고.

아시아는 야경야근이라더니, 전체적으로 빛을 굉장히 잘 썼다. 물론 사양은 많이 올라간다.

두 시리즈 모두와 차별되는 점은 경찰 점수 시스템이다. 주인공 웨이 쉔은 삼합회 조직에 잠입한 경찰이다. 게임의 주된 이야기 선은 삼합회이지만 어쨌든 경찰로서의 이야기와 임무도 동시에 진행된다. 보통 하나의 미션에서 활약하는 정도에 따라 삼합회 점수가 조금씩 차오른다. 반면 경찰 점수는 처음에 가득 차 있다가, 사고를 내거나 민간인 피해를 입힐 때마다 조금씩 깎이는 식이다. 이쪽 장르의 게임이 어쩔 수 없이, 아니면 아예 관심이 없어서 깽판을 방임하는 게 대부분이라 이런 식으로 준법을 유도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물론 이 시스템에 불만이 있는 유저도 많던데, 최종적으로 경찰 점수는 약간의 시간적 편의를 보장할 뿐이고 특별히 분기를 만들거나 하지는 않으니 원한다면 무시해도 좋다. 하지만 매번 오토바이를 탈 때마다 헬멧을 꼭꼭 챙겨 쓰는 주인공처럼 플레이어도 어느새 차선을 꼬박꼬박 지키고 사고를 막으려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3. 손맛과 패는 맛

개발사도 장점으로 내세우고 많은 유저들이 호평하는 부분도 바로 이 맨손 격투 부분이다. 배경인 홍콩이 총기가 불법인 만큼, 또 다른 시리즈와의 차별성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쓴 것 같은데, 오히려 나는 이 부분이 너무 아쉬웠다.

우선 10가지가 넘는 격투 기술이 등장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각 기술이 필수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상황 등이 존재하지 않아 뒤로 가면 갈수록 쓰는 것만 쓰게 되고 새로 배운 기술은 까먹는 지경까지 이른다. 물론 한 전투에서 여러 기술을 섞어 쓰면 삼합회 점수를 더 받을 수 있지만 역시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캐릭터의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둔탁하고 불규칙한 것도 무척 아쉽게 느껴진다. 비슷한 전투 방식을 선택한 아캄버스 <배트맨> 시리즈와 비교하면 이 부분이 더욱 크게 와닿는데, <슬리핑 독스>에는 <배트맨> 시리즈처럼 적의 유형에 따라 특정 기술이 (콤보를 유지하기 위해) 강요되어 기술적인 변용과 게임 내에서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부분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둔탁한 타격감 역시 <배트맨>이나 <용과 같이>에 비해서 많이 아쉽게 느껴지는데, 이는 또 한편으론 현실성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즉 현실적인 연출과 게임으로서의 타격감 모두를 잡기가 힘든 탓이니 딱히 <슬리핑 독스>만의 심각한 단점으로 꼽을 내용은 아니다. 어쨌든 <GTA> 시리즈보다는 확실히 낫다.

때리고 부러뜨리는 맛 역시 뭔가 2% 부족하다.


4. 들쭉날쭉한 이야기

전형적인 홍콩 느와르의 잠입 경찰 이야기다. 하지만 전형적이란 게 언제나 단점은 아니다. 애초에 전형적이란 건 무조건 기본은 된다는 이야기니. 돌이켜보면 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캐릭터도 하나같이 나름의 매력이 있다.

문제는 그 이야기의 진행이 너무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1시간은 소모해야 할 것 같은 이야기가 10분 만에 끝나질 않나, 또 막상 10분이면 충분할 것 같은 이야기는 20분이 이어진다. 물론 전자의 경우가 후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캐릭터 하나하나는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주인공과의 연계가 게임 내에서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다. 예컨대 웨이와 페기의 인연은 단 하나의 미션으로 정리되는데, 갑자기 일을 부탁하는 것도 어색하지만 그 이후 페기와 윈스턴의 결혼까지의 과정도 너무 급박하다. 서로 간의 관계에 더 해줄 이야기가 많고, 더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음에도 한두 번의 미션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잦다. 그러잖아도 짧은 플레이타임이 단점으로 꼽히는 만큼 이런 부분이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사실 캐릭터의 설정이나 중간중간 등장하는 대사로 봐서는 기획자들이 충분히 준비는 한 것 같은데, 결국 제작 기간에 발목을 잡힌 것 같다. 필수 미션을 일직선으로 진행하면 12시간 안으로 이야기가 종결될 거 같은데, 실제론 20시간 정도가 기획자들이 준비한 분량이 아니었을지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확실히 매력이 없는 캐릭터들은 아니다. 캐릭터당 30분씩만 더 투자했어도 훨씬 좋은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5. 존중과 오마주

장점보다는 단점을 계속 늘어놓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슬리핑 독스>는 분명히 잘 만든 게임이고 재밌는 게임이다. 강조하지만 내가 게임 리뷰를 기록으로 남기는 건 이후 내 게임을 만들 때 참고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그래서인지 재밌게 즐긴 게임일수록 아쉬운 점을 더 강조해서 기록하게 되는 것 같다.

7세대 콘솔 이후 게임, 특히 3인칭 액션 게임은 더 이상 발전할 부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성형에 가까워졌다. 이후 나오는 게임은 약간의 시스템과 조작감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 스킨만 다른 같은 게임이라고 해도 완전히 잘못된 평가는 아닐 것이다. 물론 게임에서 그 시스템과 스킨의 비중은 어마어마어마하게 크다.

<슬리핑 독스>는 시스템적으로 특별한 게임은 아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경찰 점수 시스템이 색다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시스템일 뿐이다. 그런데 내가 이 게임이 특별히 기억에 남은 건 바로 나머지 '스킨'(다르게 표현하면 연출)의 영역이 너무 특별하게 느껴져서다.

일단 현대 배경 오픈 월드 게임이면서 홍콩이 배경인 것만으로도 인상 깊다. 그런데 이 게임은 단순히 홍콩을 배경으로 삼는 것을 넘어 홍콩 문화와 영화를 군데군데 넣어둔 정성이 돋보인다. 특히 이러한 점은 DLC에서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본편이 홍콩 느와르의 일반적인 요소를 차용했다면, DLC는 구체적으로 한둘의 영화를 오마주하고 있다.

강시와 설날이라는 소재부터도 흥미로운데 그에 덧붙는 소소한 설명과 잘 모르는 사람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포인트를 집어낸 점 또한 무척이나 인상 깊다. 그러면서도 서구 특유의 오리엔탈리즘이나 고정관념은 거의 보이지 않으니, 이 게임이 홍콩 회사가 아닌 캐나다 회사가 만든 게임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실제로 이런 부분은 오히려 서구에서 더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고 한다. 확실히 이 게임의 기획자는 홍콩 문화의 엄청난 팬임이 분명하다. 팬과 덕후가 만든 콘텐츠에는 (비록 많은 경우 성공하지 못하지만) 존중이 있어서 좋다. 일단 재밌다.

DLC <노스 포인트의 악몽>. 게임으로서는 아쉬운 점이 많지만 콘셉트 하나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나는 홍콩 영화 유행을 지낸 세대는 아니다. 다만 영화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어릴 적 지나가며 봤던, 그리고 나이를 먹으며 공부 삼아 봤던 것들이 기억에 남아 있다. <슬리핑 독스>는 그 시기 영화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는 걸 넘어 다시 한번 그때 그 영화가 보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Sleeping Dogs: Definitive Edition>
2014년 10월 | 액션, 오픈 월드

장점
+ 8,000원(세일가)에 이 정도 게임이라면 안 하더라도 무조건 사야 된다.
+ <GTA> 시리즈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경쾌한 주먹질의 맛.
+ 몰입감 있는 초반부 스토리와 시원시원한 연출.
+ 이것저것 신경 쓸 필요 없이 단출하게 플레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 (물론 이를 단점으로 꼽는 사람도 있다.)
+ 분위기를 너무 밀어 넣지 않는 적당한 유머 감각과 본편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려 주는 DLC.

단점
- 발매 시기에 비해 꽤 높은 사양과 부족한 최적화.
- 본편에서는 거의 잡힌 듯하지만, DLC에는 아직도 튕기는 수준의 치명적인 버그가 많다.
- 역시 연식이 연식인지라 최신 게임과 비교하면 부족하게 느껴지는 조작감.
- 갑작스럽게 전개되는 스토리에 맞물려 더 아쉽게 느껴지는 플레이 타임.
- 격투 시스템 자체는 참신한데,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이 이를 못 살리고 있다.


demo.egloos
@Demagogy


덧글

  • 로그온티어 2019/01/28 22:43 #

    그래서 저는 생각하면 지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멍때리고 보면 아이디어와 분위기와 무드는 진짜 잘 잡았다고 느껴지는데,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어서요. 그래도 가끔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비정하고 가학적인 느와르 테이스트가 컷신이 아닌 플레이로 느껴지게 만든 부분들이 몇가지 있거든요. 허나 그런 것들이 메인 퀘스트가 아니라 서브퀘스트로 밀려버렸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도 따지고 들어가면 또 답이 없고 (...) 전반적으로 아쉬운 게임이었습니다. 아직도 극동 배경의 오픈월드는 이게 유일하니까요.
  • 김고기 2019/01/28 20:56 #

    기획은 잘 잡은 듯한데 일정에 쫓겨서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마무리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여서 더 안타까웠어요. 후속작이 잘 뽑혔다면 <GTA>를 잇는 명작 시리즈가 탄생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개발사가 해체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참 스퀘어도 한 번 더 기회를 줘도 됐을 거 같은데...
  • 로그온티어 2019/01/28 22:56 #

    진짜 아쉬운 게, 겉보기로는 잠입경찰 시스템 넣은게 트루크라임:LA(범죄쪽)와 트루크라임NY(경찰쪽)의 시스템의 장점을 조합한 것 같았거든요. 원 시리즈가 정체성 못잡고 갈팡질팡하는 걸, "그냥 잠입경찰로 하나로 묶자!"며 호쾌하게 다 끌고 가는 모습이 미션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의 업적을 생각나게 합니다. 이 결정은 그러니까, 그냥 말하기 쉽지 않은 거에요. 아예 시리즈의 정체성을 작가주의 속에 몽땅 묻어버린 [스펙옵스:더 라인]과는 다른 느낌의 리부트였죠.

    그리고 이 작품을 계기로 연기파배우나 라이징스타가 한 게임에 성우로 등판하는 걸 많이 볼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콜오브듀티 시리즈에 투신한(?) 케빈 스페이시와 게리 올드먼이 예로 있지만, 트루 크라임:LA에서는... 뭐 많았잖아요?; 그렇기에, 이 특성을 살려서... "어라? 저런 배우 조합이 게임에 나타난다고?" 라며 당황할만한 일도 많이 일어났을 겁니다. 그럼 다른 의미로 GTA를 능가하는 뭔가가 있긴 했을 텐데, 근데 생각해보면 또 그런 걸로 넘어선다는 게 또 기이하긴 했네요;; 근데 전작들이 다 그런 면이 있긴 했었으니까;;

    아쉬우니 글이 쓸데없이 길어지네요 -ㅁ-; 몇년 전 글로 다 턴 것 같았는데 말이 또 되풀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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