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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정말로 물가가 싼 것일까? 물가지수와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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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연합뉴스를 통해 세계 물가지수 조사 결과가 보도되었다(한국 물가 세계 35위…노르웨이 가장 비싸). 글로벌 정보 사이트 NUMBEO를 인용한 것이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가장 물가가 비싼 나라는 물가지수 173.85의 노르웨이고 한국은 물가지수 80.44로 35위가 된다. 그런데 이것을 정말로 믿을 수 있을까?

<그림 1> 세계 물가지수 통계

  NUMBEO의 물가 정보는 사용자가 직접 입력한 자료들을 토대로 작성된다. 부동산, 식료품, 음식점 가격 등을 입력하면 사이트가 이를 토대로 물가를 산출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를 어떻게 여과·가공하고 신뢰도를 측정하는지 알아보려 했으나 정확한 알고리즘을 알 방법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표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TIME과 Forbes, ABC 등 세계 각지의 언론사들이 인용하는 만큼 일단은 넘어가자.

  물가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물가지수 자체의 신뢰성이다. 기본적으로 물가지수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수치가 아닌 가공을 거쳐 만들어지는 수치이다. 다양한 물건들의 가격에 중요성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한 다음 해당 물건들의 가격 변동을 통해 비로소 물가지수가 산출되는 것이다. 체감 물가와 물가지수에 괴리가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극단적인 예로 다른 모든 물건의 가격이 올라도 물가지수에 포함되는 항목이 오르지 않는다면 물가 상승률은 0%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주 접하는 분야의 물가 변동이 체감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 예컨대 면도를 매일 해야 되는 사람은 면도를 자주 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 비해 면도기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참조: 低물가라는데… 왜 체감 못하지?) 이러한 한계는 물가지수를 일국 차원이 아닌 세계 차원에서 분석할 때 굉장히 큰 한계로 작용한다. 한 국가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소비하는 물품의 양상이 바뀌는데, 여러 국가들을 비교할 땐 그 한계가 더 커질 것이니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용자가 직접 주변의 물가를 입력하도록 한 NUMBEO의 방식은 일관성과 체계성의 부족에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진다고 보인다.

  물가와 관련해 절대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임금 수준과 PPP(Purchasing Power Parity, 구매력평가)이다. 기본적으로 한 가지 통계로는 한 가지 사실 이상을 판단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노르웨이의 물가가 최고라는 사실로 노르웨이에서 사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에 비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까? 대한민국의 물가가 세계 35위 수준이라는 것이 대한민국의 물가가 낮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까? 여기서는 NUMBEO에서 발표한 통계를 토대로 최저임금, PPP와의 연계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의 물가지수를 산출해보고자 한다.

  그러나 앞서 강조했듯이 여기서 보게 될 통계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큰 한계를 가지고 있다. 먼저 최저임금 자체가 한계적인 수치이다. 최저임금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최저임금을 받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최저임금 수준은 적절한지는 최저임금 수치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예컨대 아래에서 보게 될 통계에서 러시아의 물가지수가 극단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연방 최저임금이 심각할 정도로 낮게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방 최저임금은 하한선일 뿐 주별로 최저임금이 다르게 설정되는데, 수도 모스크바만 하더라도 연방 최저임금의 2.5배 정도를 설정하고 있어 현실과 큰 괴리가 생긴다. 물론 이조차도 러시아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에 비추어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다.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최저임금이 터무니없이 낮은 만큼 실제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사람의 숫자는 소수로 추정된다.

  이렇듯 제시된 최저임금 통계의 상당수가 큰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제도가 아예 없는 국가도 보이는데, 주로 유럽 선진국들이 이에 속한다는 것은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임금 자체가 기업과 노동조합의 협상을 통해 결정되므로 국가가 이에 끼어들 필요가 없었고, 한편으로는 국가가 임금 결정에 개입하게 될 경우 일방적으로 기업 편을 들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을 한국과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 아래의 통계를 확인하기 전 이러한 점을 꼭 유념해주기를 바란다.

<그림 2> 최저임금 대비 물가지수 통계

  물가지수는 NEMBEO의 이번 수치를 그대로 사용했으며, 최저임금은 ILO의 2012년 통계, 상대값 추정을 위한 GDP는 2012년 IMF, 평균 임금은 2012년 OECD, PPP는 2011년 OECD 자료를 사용했다.

  극단값을 띄는 가장 위쪽의 국가들은 앞서 언급했듯 일단 최저임금이 터무니없이 낮은 국가들이다. 이에 더해 환율 문제(멕시코), 인플레이션(베네수엘라) 등이 겹치면서 수치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것이다. 표에 따르면 최저임금 대비 물가지수가 가장 높은 멕시코의 경우 그 비율이 669.5에 이르고 중국이 559.6, 인도 521.32, 러시아 520.88, 베네수엘라 357.69, 타이 310.25, 브라질 252.49로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경우 산업화가 진행 중이고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비교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국가들과 앞으로 지향해야 할 OECD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물가지수는 굉장히 심각한 축에 속한다. 특히 단순 물가지수와 최저임금 대비로 계산한 물가지수가 오히려 거의 완전한 역관계를 띠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통계상 푸른 색으로 표시된 최저임금제가 없는 국가들의 최저임금 상대값 산출 방식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노르웨이 통계청(http://www.ssb.no)을 통해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을 파악하였다. 나머지 국가들은 OECD 통계를 통해 파악한 평균임금에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 32%를 곱해 물가 수준을 보정하여 임의로 산출하였다. 사실 여러 번 논의되었듯이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그 절댓값도 낮지만, 평균임금 대비 비율 역시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2011년 통계로 1위인 뉴질랜드는 50%, 프랑스가 48%, 호주가 46%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32%를 선택한 것은 어디까지나 한국과의 비교를 위한 척도를 구하고자 함이었다. 즉, 위의 여섯 국가들의 실제 물가 수준은 통계에 표시된 것보다 낮을 확률이 매우 높다.

  다음으로 볼 자료는 최저임금 PPP 대비 물가지수다. PPP란 환율과 물가수준의 관계에 대한 척도로서, 동일한 물건이라면 동일한 '가격'을 가진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물론 비교역재의 가격이 국가별로 다른 만큼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이는 각국의 화폐가 다른 가치를 가진 만큼 국제 비교에 있어 중요한 지수로 사용된다. 널리 알려진 '빅맥지수'가 PPP를 응용한 것이다.

<그림 3> 최저임금 PPP 대비 물가지수 통계

  자료 부족으로 인해 대다수 선진국들의 수치가 빠진 만큼(1차적으로 추정한 수치에 다시 추정을 더할 바에 그냥 빼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큰 의미는 갖지 못하겠지만, 한국의 물가지수가 여타 비교군에 비해 높은 것은 분명하다. 일본의 경우 기존 고물가에 더해 최근 아메노믹스로 대표되는 엔화 저평가가 PPP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한국의 PPP 기준 평균 임금이 일본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작년에 나왔었을 정도니 말이다.(참조: 한국근로자 평균연봉 日 앞질렀다) 이 통계가 말해주는 것은 최저임금으로 어느 정도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가이다. 낮을수록 최저임금으로도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최저임금을 받는 정도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자체로는 체감물가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여기서 지금까지의 통계를 정리해보자. 물가지수란 것 자체가 현실과의 괴리와 한계가 있지만, 일단 그것을 수용할 경우 한국의 물가는 세계적인 기준에서 확실히 높은 편이 아니다.(참조: 한국 비교물가 OECD 최저 수준) 그런데도 왜 우리는 물가가 높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물가가 경제규모에 비해서 낮긴 한데, 최저임금은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나 무기계약직을 포함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그들 중 대다수가 최저임금, 혹은 그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히 물가가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다. "어차피 맨몸으로 유학 갈 거면 서울로 가는 것보다 유럽으로 가는 게 더 싸더라."라는 말이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닌 셈이다.

  앞서 여러 번 강조했듯이 모든 통계에는 한계가 있고, 따라서 이 통계가 자체로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논거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분명히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환율과 물가, 수출입, 신규 취업률, 비정규직 비율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최저임금으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정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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